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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플랫폼을 먼저 만들지 않았을까?

화려한 플랫폼이 즐비한 외국인 채용 시장에서, 워코는 거꾸로 갔다. 1년 6개월, 베트남 유학생 4,000명을 직접 만나며 배운 것과, 이제 플랫폼을 여는 이유를 대표가 직접 적었다.

워코 대표가 베트남 유학생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장면
팀 워코 · 워코 대표가 직접 적는다
창업 초기에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하나 있다.
"플랫폼은 언제 나오나요?"
외국인 채용을 한다고 하면 다들 자연스럽게 묻고는 했다. 앱은 어디서 다운받느냐고, 웹사이트는 어디냐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직 안 만듭니다." 처음엔 다들 의아해했다. 사람들이 모이려면 플랫폼부터 있어야 하지 않냐고들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은 그 반대였다.

그때 시장에 있던 풍경

워코를 시작할 무렵, 외국인 채용 서비스는 이미 적지 않게 있었다. 매끈한 디자인, 그럴듯한 기능, 정부 지원사업으로 받은 보도자료까지. 겉으로 보면 다들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경이 달랐다.
· 화면은 멋진데 실제 사용자가 거의 없었다. · 1~2년 지원금으로 버티다 조용히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만든 사람들이 현장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런 곳들을 속으로 '좀비 스타트업'이라고 불렀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서비스들 말이다. 현장을 모르고 만든 서비스는 살아남기 어렵다. 적어도 외국인 시장에서는 그렇다.

외국인 사용자는 다르다

나는 결혼중개업을 하면서 외국인 사용자들을 오래 만나봤다. 그래서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외국인 사용자는 광고로 모이지 않는다.
한국 사용자라면 페이스북 광고를 누르고, 가입하고, 후기를 보고 결정한다. 외국인 사용자, 특히 베트남 유학생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한다. 단톡방 안에서, 기숙사 룸메이트끼리, 같은 학교 선배에게서. 외부 사람에게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한 가지다. 신뢰다. "누가 추천했어?" "그 사람 한국에서 진짜 일해봤대?" 이런 질문 하나가 광고 백 번보다 무겁다.
이걸 알고 있는데 멀쩡한 플랫폼부터 만들어서 "여러분, 가입하세요"라고 외치는 건 무의미하다고 봤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신뢰를 쌓을 시간이지, 화려한 화면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거꾸로 갔다

플랫폼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직접 만났다.
나와 팀은 충청권 대학들을 돌았다. 충남대, 한남대, 배재대, 우송대… 학교 유학생 담당자를 찾아가 인사하고, 유학생 모임에 가서 자리를 만들었다. 베트남 학생들과 어색하게 마주 앉아 같이 밥을 먹고, 그들이 한국 생활에서 겪는 막막함을 들었다. 5개 대학과 정식 MOU를 맺기까지, 그 시작은 전부 식사 자리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베트남 호치민에 직접 한국어 학원을 차렸다. **비나워코(VINAWORKO)**다. 한국에 오기 전 단계부터 학생들과 신뢰를 쌓고, 그들이 진짜로 어떤 일을 원하는지, 어떤 문제를 겪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채용 정보는? 단톡방으로 보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그룹, 베트남 학생들이 쓰는 채널들로. 플랫폼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매주, 우리가 직접 검증한 사장님 자리를 정리해 학생들에게 알려주었을 뿐이다.
사장님 쪽도 마찬가지였다. 식당이든 카페든, 가능한 한 직접 가게에 갔다. 사장님 옆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어떤 일이 가장 골치 아픈지 들었다. 그렇게 만나본 사장님이 어느새 백 분을 넘었다.

반응은 바로 왔다

첫 매칭이 성사된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두 번째, 열 번째, 백 번째. 반응은 빨랐다. 한 명이 잘 정착하면, 그 한 명이 친구 다섯 명을 데려왔다. 사장님 한 분이 만족하면, 그 사장님이 옆 가게 사장님께 우리를 소개했다.
플랫폼 없이, 광고 없이,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 1년 6개월이 지나니 베트남 유학생 약 4,000명이 우리 채널 안에 들어와 있었다. · 누적 매칭은 800건을 넘겼다. · 그리고 거짓말처럼, 단 한 푼의 광고도 쓰지 않았다.
전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넘어온 사용자들이다. 광고로 모은 사용자가 아니다.

그 시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가장 또렷이 배운 건 이거다.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필요 없으면 쓰지 않는다."
이게 끝이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의외로 많은 서비스가 이 한 줄을 잊는다. 만들어 놓고 "왜 안 쓰지?"라고 묻는다. 나는 그 질문을 하기 싫었다. 그래서 거꾸로 갔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내고, 그 다음에 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플랫폼을 미룬 게 아니다. 플랫폼이 진짜로 필요해질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이제 플랫폼을 시작한다

지금 우리는 다음 단계에 와 있다.
· 약 4,000명의 검증된 베트남 유학생 풀 · 800건의 실제 매칭 데이터 · 5개 대학과의 공식 협약 · 식당·카페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업종의 사장님 네트워크 ·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쳐 쌓은 진짜 신뢰
이 자산들을 이제 디지털로 옮길 시간이다. 워코 플랫폼은 그래서 시작한다.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미 굴러가던 신뢰를 더 많은 분들께 더 빨리 전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에서 우리를 만나주신 학생들, 사장님들. 단톡방에서 우리 메시지를 기다려준 분들. 그분들이 워코의 첫 번째 사용자다. 그리고 앞으로 워코 플랫폼을 통해 만날 분들 또한 똑같은 무게로 모시려 한다.

마치며

플랫폼을 먼저 만들지 않은 건, 우리가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면서 도구부터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 6개월. 누군가에게는 너무 긴 시간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만들 수 없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사용자가 없는 화면, 사장님이 외면하는 기능, 현장과 동떨어진 흐름. 그런 플랫폼을.
우리는 늦은 게 아니다. 가장 단단한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함께해준 모든 분께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 워코를 만날 분들께도, 같은 무게로 다가가겠다.